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by 히가시노 게이고

반응형

책을 읽은 계기

최근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인 히가시노 게이고 책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너무 무겁지 않은 추리 소설이어서 가볍게 읽혀지면서 짧은 글에서 어찌 그렇게 상황을 잘 꼬았다가 다시 풀어내는지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능력이 대단하다.

 

이 책은 추리 소설을 쓰는 소설가가 글을 쓴대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는 내용도 있고, 소설을 쓸 때 영감을 많이 주던 아내가 죽은 추리소설가의 거장이 자신이 써 놓은 이야기까지 읽고, 실제 범인은 누구일 것인가를 맞추는 출판사에게 그 소설의 내용을 넘기겠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있다.

 

장편은 아니고 단편 몇 개로 구성되어서 짧게 끊어가면서 읽기에 아주 적합한 책이다.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책 표지

추리소설은 긴 호흡으로 여러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추리를 해 나가는 단서가 하나 둘씩 등장하다가 인물간의 갈등이 생기는 식으로 되는 장편도 재미있지만, 아주 짧고 간결하게 단편으로도 이렇게 쓰는 것도 재미있다. 우선 사건이 복잡하지 않으니까 집중해서 읽지 않아도 내용의 흐름이 끊길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처음 등장하는 <세금 대책 살인사건>은 연말정산이 떠오르게 하는 아주 웃픈 소설이다. 소설을 써서 돈을 버는 소설가가 큰 수입을 거둬 세금도 많이 내야 하는데, 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소설을 쓰는데 사용한 비용은 공제를 받으려고, 영수증에 맞춰 소설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그런 내용이다. 실제로는 벌어지지 않을 일이겠지만,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작가여서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그런 소재로 보인다.

 

이 외의 소설들도 어찌나 기가막히고 어이없기도 한지. 이 작가의 상상력은 대단한 정도를 넘어서 경이롭기도 하다. 어찌보면 창작의 고통을 계속 느끼는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상상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앞에서 언급한 범인 맞추는 편은 <범인 맞추기 살인사건>으로 제목이 붙어 있는데, 아마 이 작가도 그런 방식으로 자신은 대충 사건이 일어나는데까지만 글을 쓰고, 나머지 부분은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빌어서 마무리 짓는 글을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써본게 아닐까.

 

얼마전 읽었던 『허상의 어릿광대』와 이번 책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은 단편이어서 가볍게 읽기는 했다. 이번에 이 작가의 장편소설이 하나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서 서초구 북페이백으로 오늘 또 구해서 왔다. 이번에 빌린 『조인계획』에서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기대를 하며 읽어봐야겠다.

 

또 읽은 책

또 다른 책은 '오늘도 쾌변'이라는 책이다.

 

오늘도 쾌변 책 표지

전국축제자랑 이후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말 재간이 어찌나 뛰어나던지 페이지를 넘기면서 ‘꺄르르 꺄르르’ 연신 웃었다. 이 책 역시 변호사인 작가가 자신이 겪은 일을 에세이 형식으로 쓴 책이다. 진짜 요즘은 소설보다 이런 실제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진다.

 

사실 변호사는 전문직종으로 드라마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아주 멋진 직업이다. 일단 변호사가 되려면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통과하는 엘리트여야 하니 변호사라는 직업이 절대 별 볼일 없는 직업일 수가 없지만 작가는 책날개의 작가 소개의 글에 낼모레 마흔이 되는 별 볼일 없는 아재, 생계형 변호사라고 소개를 했다.

 

물론 변호사가 일반 직종에 비해 소득도 훨씬 높겠지만, 변호사도 정말 이름난 유명한 변호사가 아니고서는 개업하여 자신의 사업을 해나가는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에 쉽게 알 수 없는 변호사의 내막과 고충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기꺼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사실, 작가가 소개했던 변호사의 일상과 고충, 그리고 사건에 대한 이야기들을 생각보다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았다. 작가가 이야기 한 것처럼 재판이라는 과정과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이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 같이 다이나믹하고 흥미진진하지 않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라고 멋지게 외치지도 않고, 갑작스러운 증인의 등장으로 재판이 짠! 하고 뒤집히는 일도 없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생각보다 노잼인 변호사의 일상을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말장난으로 그려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리 빌딩의 변호사 사무실에 출근하는 나이 40을 앞둔 막내 변호사가 매일의 점심 메뉴를 고민하며 그간의 경험에 근거한 선호도에 따라 ‘탕국찌 탕국찌 탕탕찌국찌국’(후반부에 ‘탕탕국국찌찌’ 같은 뻔한 반복이 아니라 ‘탕탕찌국찌국’이라는 베리에이션을 두는 기특함까지 마련했다고 하니 역시 엘리트는 엘리트이다.) 순의 메뉴 사이클을 마련해 두는 이야기가 재판이야기보다 더 재미있었다.

 

게다가 맞춤법에 집착하고 문서양식에 맞추어 민사소송 서류를 작성 (12포인트 이상, 줄 간격 200% 이상, 좌우 여백 20mm 란다) 하는 변호사의 일상에 공문서 양식에 목숨거는 공무원의 향기마저 느낄 수 있었다. (신규 적, 가정 통신문 결재를 교장선생님께 맡으며 항상 빨간 줄로 도배를 당했던 가정통신문의 아련한 추억도 떠올랐다.)

 

가볍게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는 책을 깔깔거리며 읽고 싶은 사람에게 강추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가벼운 책은 아니니 오해마시길!

 

또한 브런치 북 출간 프로젝트를 통해 출간된 점도 인상깊다. 브런치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조금 부러운 부분도 있다. 저런 필력은 어디서 어떻게 나올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