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은 계기
『불편한 편의점』의 작가인 김호연이 시나리오 작가를 하다가 마음을 먹고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쓰고 세계문학상 우수상까지 받은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었다.
워낙 인기도서라 도서관마다 예약도 가득차 있는 정도였고, 나도 구의3동도서관에서 긴 예약대기를 한 이후 순서가 돌아와서 읽었다. 두 소설 모두 동네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을 소재로 삼아서 그런지 쉽게 읽혀지고 공감도 많이 가는 편이다.
줄거리
옥탑방에 살면서 만화를 그리는 주인공과 그 주변인들이 사정이 생겨 그의 방에 함께 얹혀 살면서 겪는 일들이 주요 내용이다. 남자 넷이 모여서 생활하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잘 묘사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여성 보다는 남성들이 더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엄마와 아빠의 이 소설에 대한 평가가 조금 엇갈리는 것을 보면, 그 생각이 어느 정도는 맞는게 아닌가 싶다. 물론, 실제로는 소설처럼 네 명의 남자가 옥탑방에 모두 함께 모여 지내는 일은 일어나기는 어렵다. 특히나 스승이나 부장과 같이 나이가 든 사람이 그리 쉽게 남의 집에 얹혀지낼 수 있을까 싶지만, 소설이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수긍하고 읽으면 전체적으로는 남자들끼리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아주 맛깔나게 잘 그렸다.
또한, 남자들이 여자들과 썸을 타는 모습도 재미있게 잘 그렸다. 후반부에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는 과정은 일부 남성들의 로망을 소설로 옮긴 형태로 보인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엄마를 처음 만날 때가 생각났다.
그들이 만나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소개팅으로 만나서 연애하던 초반의 우리의 풋풋했던 모습이 떠올랐었다. 이 책이 더 재밌었다고 느낀게 그 부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비록 우리의 연애하는 모습과 책 속에서 그들의 모습은 많은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특히 공감이 갔던 이유
내가 이 책이 특히 더 재밌었던 이유는 기숙사 생활을 오래 해 와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소설처럼 다양한 연령대와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른 것은 아니었지만, 남자들끼리만 모여서 수다를 떨고, 갈등도 겪으면서 지내왔었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 묘사되는 주인공들의 행동에 대해 머리 속으로 그리기 더 쉬웠던 점도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동안은 크게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지금 되돌아 보면 그때도 이런저런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내 방 드나들 듯이 친구방을 왔다갔다 하면서 보내고, 가끔 밤에는 함께 모여 야식을 먹기도 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후배들과 함께 독립된 형태로 살았던 ‘독신료’에서 함께 드라마 보다가 갑자기 911 테러 뉴스를 봤던 것들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이런 기억들을 소설로 옮길 수 없을 것 같은데, 역시 작가들의 능력은 참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